아이들이 자기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유

 

아이에게 "지금 기분이 어때?"라고 물었을 때 "몰라"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분명 속상해 보이는데도 왜 그런지 설명하지 못하거나, 화가 난 이유를 말 대신 울음이나 행동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조금만 더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특히 친구와 다툰 뒤 무엇이 속상했는지 물어보면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리거나,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감정을 느끼는 능력과 그것을 정확한 말로 표현하는 능력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 어린이는 감정을 경험하면서 동시에 감정의 이름과 표현 방법을 배워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유와 일상에서 나타나는 모습을 살펴보겠습니다.

감정을 느끼는 것과 설명하는 것은 다르다

어른은 "속상했어", "당황했어", "서운했어"처럼 자신의 감정을 비교적 구체적인 단어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에게는 이런 감정의 차이를 구분하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자신의 장난감을 가져갔을 때 아이는 화가 났을 수도 있고, 속상했을 수도 있으며, 당황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은 단순히 "싫어" 또는 "화났어" 정도일 수 있습니다.

감정은 분명하게 존재하지만 그것을 설명하는 단어가 충분하지 않은 것입니다.

어린이는 생활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면서 조금씩 그 차이를 배웁니다.

"친구가 내 장난감을 가져가서 속상했어."

"갑자기 큰 소리가 나서 놀랐어."

처럼 구체적인 경험과 감정 단어가 연결되면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도 점차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

감정의 이름을 정확히 아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린이에게 감정은 눈에 보이는 물건처럼 명확한 대상이 아닙니다.

자동차나 공처럼 직접 볼 수 있는 것은 이름을 배우기가 비교적 쉽지만, 서운함이나 긴장감 같은 감정은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느껴지는 상태를 말로 연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친구와 헤어진 뒤 갑자기 울 수 있습니다.

부모가 "친구랑 헤어져서 아쉬웠어?"라고 물어도 아이는 자신이 왜 우는지 바로 설명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때 아이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태를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하는지 아직 익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능력도 생활 속에서 경험하고 연습하면서 조금씩 발전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감정을 행동으로 먼저 표현하기도 한다

어린이가 자신의 마음을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때는 행동이 먼저 나타나기도 합니다.

속상하면 울고, 화가 나면 물건을 내려놓거나 큰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불편한 상황에서는 부모에게 달려가거나 그 자리를 피하기도 합니다.

이런 행동을 보면 부모는 "왜 말을 안 하고 행동부터 할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에게는 행동이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특히 감정이 강하게 올라온 순간에는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울고 있는 순간에 "왜 그랬는지 말해봐"라고 바로 질문하기보다 먼저 감정이 조금 가라앉을 시간을 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 후 상황을 천천히 돌아보면서 아이가 자신의 경험을 말로 표현할 기회를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몰라"라고 대답하는 이유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을 때 "몰라"라는 대답을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이 항상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뜻은 아닐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기 어렵거나,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에도 "몰라"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와 다툰 뒤 부모가 "왜 친구랑 싸웠어?"라고 한꺼번에 묻는다면 아이가 자신의 경험을 정리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질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누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친구가 먼저 뭐라고 했어?"

"그때 너는 어떻게 했어?"

"그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어?"

처럼 하나씩 물어보면 아이가 자신의 경험을 순서대로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질문에 아이가 답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대답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잠시 기다려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부모가 감정의 이름을 알려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이의 감정을 대신 판단하기보다 가능한 표현을 제시해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이가 친구와 놀다가 집에 와서 풀이 죽어 있다면

"친구랑 놀다가 속상한 일이 있었어?"

"친구가 다른 친구와 놀아서 서운했을까?"

처럼 여러 감정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때 "너는 분명 화났어"처럼 하나의 감정을 확정하기보다는 선택할 수 있는 표현을 제시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아이가 "아니야, 화난 게 아니라 속상했어"라고 말한다면 자신의 감정을 구분해서 표현하는 좋은 대화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대화가 반복되면서 아이는 자신의 경험과 감정 단어를 연결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부모의 감정 표현도 아이에게는 하나의 경험이 된다

어린이는 주변 어른이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양한 표현 방식을 접합니다.

부모가 힘든 일이 있었을 때

"오늘은 일이 많아서 조금 피곤하네."

"기다리던 일이 잘돼서 기분이 좋아."

처럼 자신의 상태를 간단하게 말하면 아이도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아이에게 감정을 숨기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감정에는 다양한 이름과 표현 방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과정입니다.

일상에서 부모가 자신의 상태를 적절한 말로 설명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린이에게 감정 표현의 한 가지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대신 해결하려고 하지 않기

아이가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면 부모는 빨리 해결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럼 다른 장난감 가지고 놀면 되잖아."

"다음에 다시 하면 돼."

처럼 해결책을 바로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먼저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이야기할 기회를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그림을 그렸는데 친구가 실수로 그림을 망가뜨렸다고 해보겠습니다.

부모가 곧바로 "다시 그리면 되지"라고 말하기보다

"열심히 그렸는데 망가져서 속상했겠다."

라고 아이의 경험을 먼저 인정해 줄 수 있습니다.

그 후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면 함께 다음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감정 표현은 문제를 즉시 해결하는 것과는 다른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감정을 표현할 시간을 기다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감정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고 해서 아이가 바로 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화가 많이 나 있거나 울고 있는 순간에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질문을 계속하기보다 잠시 시간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 진정되면 이야기해도 괜찮아."

"엄마는 네 이야기를 듣고 싶어."

처럼 말해주면 아이가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여지를 남길 수 있습니다.

아이가 바로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대화를 포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시간이 지난 뒤 자연스럽게 다시 이야기를 꺼낼 수도 있습니다.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방법은 일상에서 배워간다

감정 표현은 특별한 시간에만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식사 중에 "오늘 어떤 일이 재미있었어?"라고 물어볼 수도 있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오늘 가장 좋았던 일은 뭐였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그림책이나 이야기 속 인물의 감정을 함께 생각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이 친구는 왜 속상했을까?"

"이 장면에서 기분이 어땠을까?"

처럼 이야기하면 자신의 경험이 아닌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대화를 반복하면서 아이는 감정 단어를 다양한 상황과 연결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정답을 맞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험 자체를 늘리는 것입니다.

감정을 잘 표현한다는 것은 항상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길게 설명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아이는 말보다 그림이나 놀이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도 있고, 짧은 문장으로 자신의 상태를 알려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감정 표현을 말의 양만으로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싫어."

"속상해."

"혼자 있고 싶어."

처럼 짧은 표현이라도 자신의 상태를 알려주는 것은 중요한 의사소통입니다.

아이의 표현 방식에 맞춰 필요한 말을 조금씩 확장해 주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마무리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감정은 느끼고 있지만 그 감정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지 못할 수도 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순서대로 설명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감정이 강한 순간에는 말보다 울음이나 행동이 먼저 나타나기도 합니다.

따라서 아이가 "몰라"라고 대답하거나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해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가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감정의 이름을 알려주고, 아이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시간을 주며, 감정을 판단하기보다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감정 표현에는 아이마다 속도와 방식의 차이가 있습니다.

오늘은 한 단어로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던 아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 때문에 조금 서운했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 작은 변화 역시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FAQ

Q1. 아이가 화가 나면 말하지 않고 울기만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감정이 강한 순간에는 자신의 마음을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먼저 감정이 가라앉을 시간을 주고, 이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줄래?"처럼 차분하게 대화를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

Q2. 아이가 "몰라"라는 말을 자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신의 감정을 모르거나 설명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에도 "몰라"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질문을 조금씩 나누어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자신의 경험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3. 아이가 감정을 잘 표현하도록 부모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나요?

일상적인 대화에서 감정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아이의 경험을 이야기할 시간을 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부모가 자신의 감정도 적절한 말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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